침묵 일기

오늘은
향나무를
전지했습니다

밑둥이 잘리면서
향기 더욱 진동하는
한 그루 나무처럼
잎만 무성한 말의 가지 잘라내어
늘 향기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향나무 연필 깎아
일기에 적습니다

말을 많이 해서
나도 모르게 금이 간
내 마음의 유리창을
이제사 침묵으로
갈아 끼우면서
왠지 눈물이 나려 합니다

살아오면서
무수히 쏟아 버린
내 사랑의 말들이
거짓은 아니었어도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오늘만이라도
잠시 벙어리가 되어
고요한 눈길
안으로만 모으고
말없이 기도하고
말없이 사랑하고
말없이 용서하면서
한결 맑아진 떳떳함으로
행복해 지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가장 온전한 집 한 채로
땅 위에 누울 그날까지
겸손한 한 채의 사랑방으로
억울해도 변명을 모르는
자그만 침묵의 집 한 채로
당신 곁에 머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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