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의 고백

하루 종일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

너무 조바심하거나

걱정하진 않기로 합니다

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

용서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요하고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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