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나만 보면 기침을 하니? 꼭 한마디 하고 싶어 하니? 속으로 아픈 만큼 고운 빛깔을 내고 남모르게 아픈 만큼 사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오늘도 나에게 말하려구? 밤낮의 아픔들이 모여 꽃나무를 키우듯 크고 작은 아픔들이 모여 더욱 향기로운 삶을 이루는 거라고 또 그 말 하려구?
넌 왜 나만 보면 기침을 하니? 꼭 한마디 하고 싶어 하니? 속으로 아픈 만큼 고운 빛깔을 내고 남모르게 아픈 만큼 사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오늘도 나에게 말하려구? 밤낮의 아픔들이 모여 꽃나무를 키우듯 크고 작은 아픔들이 모여 더욱 향기로운 삶을 이루는 거라고 또 그 말 하려구?
아직은 빈손을 쳐들고 있는 3월의 나무들을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경건한 기도를 바치며 내가 나를 타이르고 싶습니다. 죄도 없이 십자나무에 못박힌 그리스도의 모습을 기억하며 가슴 한켠에 슬픔의 가시가 박히는 계절 너무 죄가 많아 부끄러운 나를 매운 바람 속에 맡기고 모든 것을 향해 화해와 용서를 청하고 싶은 은총의 사순절입니다. 호두껍질처럼 단단한 집 속에 자신을 숨겼던 죄인이지만…
큰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들려옵니다. 나의 자그만 안뜰에 남몰래 돋아나는 향기로운 풀잎 당신의 말씀. 그말씀이 아니시면 어떻게 이 먼 바다를 저어갈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둘러 보아도 아직은 메마른 나무의 둘레. 나의 둘레 꽃도 피지 않고 뜨거울 줄 모르는 미지근한 체온 비록 긴 시간이 걸려도 꽃은 피워야 겠습니다. 비온뒤의 햇살같이 안으로 스며드는 당신의 음성 큰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친구여 오십시오. 은총의 빛으로 닦아 더욱 윤이 나는 나의 하얀 주전자에 기도의 물을 채워 넣고 오늘은 녹차를 끓이듯이 푸른 잎의 그리움을 끓입니다. 이웃과 함께 나눌 희망과 기쁨의 잎새도 한데 넣어 끓이며 나는 조용히 그대를 기다립니다.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우리의 만남은 언제나 녹차처럼 은은하고 향기로운 맛 다시 끓여도 새롭게 우러나는 사랑의 맛 친구여 오십시오.…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긴 겨울이 끝나고 안으로 지쳐 있던 나 봄 햇살 속으로 깊이깊이 걸어간다 내 마음에도 싹을 틔우고 다시 웃음을 찾으려고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눈을 감고 들어가고 또 들어간 끝자리에는 지금껏 보았지만 비로소 처음 본 푸른 하늘이 집 한 채로 열려 있다
오늘은 향나무를 전지했습니다 밑둥이 잘리면서 향기 더욱 진동하는 한 그루 나무처럼 잎만 무성한 말의 가지 잘라내어 늘 향기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향나무 연필 깎아 일기에 적습니다 말을 많이 해서 나도 모르게 금이 간 내 마음의 유리창을 이제사 침묵으로 갈아 끼우면서 왠지 눈물이 나려 합니다 살아오면서 무수히 쏟아 버린 내 사랑의 말들이 거짓은 아니었어도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강에서는 조용히 얼음이 풀리고 나무는 조금씩 새순을 틔우고 새들은 밝은 웃음으로 나를 불러내고 이제는 봄이구나 친구야 바람이 정답게 꽃 이름을 부르듯이 해마다 봄이면 제일 먼저 불러보는 너의 고운 이름 너를 만날 연둣빛 들판을 꿈꾸며 햇살 한 줌 떠서 그리움, 설레임, 기다림….. 향기로운 기쁨의 말을 적는데 꽃샘바람 달려와서 네게 부칠 편지를 먼저 읽고 가는구나, 친구야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 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삼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빛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마주 앉아 말없이 흐르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은 친구이고 싶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유치해 하지 않을 친구이고 싶다. 울고 싶다고 했을 때 충분히 거두어 줄 수 있고 네가 기뻐할 때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비록 외모가 초라해도 눈부신 내면을 아껴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별이 쏟아지는 밤거리를 걸어도 실증내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