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역사 앞에 솔직한 신앙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생성과 발전, 창조적인 분열이 겹쳐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분열은 1054년에 일어난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분열이었습니다. 서방교회도 중세를 거치면서 16세기 종교개혁으로 다시 큰 분열을 겪습니다. 천주교에서 개신교가 갈라져 나온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하나였던 서방교회가 천주교, 루터교, 장로교, 성공회 등으로 분열된 것입니다. 성공회는 이 분열의 이유와 역사를 잘 알고, 그 분열의 창조적인 의미와 더불어 그 아픔과 한계를 늘 인정하고 되새기는 교회입니다.
종교개혁 이후 성공회는 17세기에서 19세기에 다양한 선교 활동으로 세계에 확대되었습니다. 성공회(聖公會)라는 교단 명칭은 전통적인 신경인 니케아 신경과 사도신경에 나오는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 Holy Catholic church 에서 따와서 한자 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쓰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에피스코팔 처치’ Episcopal Church 혹은 ‘앵글리칸 처치’ Anglican Church 라고도 불립니다.
성공회는 길고 복잡한 역사를 통과하며 수많은 사람의 호흡과 생활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다양한 신앙 전통과 신앙의 개성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성공회는 나라와 문화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니며, 한 교회 안에서도 신앙과 신학의 흐름이 매우 다양합니다. 다른 교단과 연관하여 성공회를 간단히 표현하라면, ‘개혁된 가톨릭’ ‘교황 없는 천주교’ ‘교리에 너그러운 정교회’ ‘가톨릭 전통을 유지하는 개신교’라고 해도 좋습니다.
전 세계 164개국에 퍼져 있는 성공회는 세계적으로 단일한 교단입니다. 이 세계 성공회를 ‘앵글리칸 커뮤니언’ the Anglican Communion 이라고 부릅니다. ‘친교’ communion 라는 말로 교단 이름을 정한 교회는 성공회밖에 없습니다. 단일 교단으로서 세계 성공회는 세계에서 천주교와 러시아 정교회 다음으로 교세가 큽니다.